초기 스타트업 회고

초기 스타트업 회고

개발을 시작하고 1년이 되어서 아주 처음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초기 스타트업 경우와 다르게, 초기 자본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월급을 적게 받았어야 한다든지, 뭐 정말로 열악한 환경에서 개발을 했다든지 이런 내용은 크게 없었다 (필자가 환경에 대해 둔감한 편이기도 해서 사실 환경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좋으면 좋은거지). 이번 글은 약 8월 동안 참여했던 스타트업 후기이다.

입사

사실 초기 스타트업은 내가 창업하지 않는 이상 별로 내키지 않는 구석이 많았다. 연봉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 과하게 아무 것도 없는 조직, 경험 부족 팀원, 적은 트래픽, 원하는 개발 이외 업무가 많다는 점 등 하기 싫은 이유는 너무 많았다.

그 당시 교환 학생을 갈 자금을 모아두기 위해 일을 시작한 상태였고, 교환 학생 가기 위해 필요한 영어 시험을 치룬 직후 쯤 되는 시기였다.

돈은 약 1년간 적당하게 모아뒀고, 6개월 정도 더 모으면 좋을텐데, 어떤 회사를 가면 내가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개발을 하시던 학과 선배님과 우연히 만나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선배님은 급성장 하던 초기 스타트업에서 1년간 일 했던 경험이 본인에게 있어서 따라 성장하게 되는 행운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누구는 10년이 지나서 겪을 경험을 본인은 단계별로 아주 빠르게 겪을 수 있엇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전해주시면서 성장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초기 스타트업을 가보는 것도 지금 시기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뭔가 생각을 바꾸는 조언을 듣게 된 뒤 학교 커뮤니티에서 유망한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위에 원하지 않는 구석 중 많은 부분을 해결 할 수 있기도 한 상황이면서,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개발팀으로 뛰어들었다.

팀원

대표님은 초기 개발자를 데려오기 위해서 큰 거짓말을 하셨는데, 쿠팡 개발자 급 CTO가 곧 합류한다고 거짓말 하셨다. 나는 그 말을 인용해서 친구를 데려왔다. 거짓말임을 알았을 때 불만이 생기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튼 팀원은 나와 그리고 함께 개발을 시작했던 친구 한 명, 이렇게 둘을 데려왔다. 둘이서 많은 고생을 한 것 같다. 본인은 백앤드와 개발 환경 구성, 배포 위주로 업무를 맡고 친구는 React Native 개발 위주로 업무를 맡았다. 그렇지만 그런 명확한 구분은 없었다. 친구는 서버와 배포에 대한 지식이 많지는 않아서 내가 맡은 부분을 많이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나는 클라이언트 개발도 맡아서 진행했다.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클라이언트 코드도 가끔 짜다 보면 재밌기 때문에!

개발 외적으로 팀원들 자체는 정말 좋았다. 개발자가 친구이기도 하고 대표님도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함께 일하는 다른 팀원들이 정말 좋은 분들이었다.

인력난은 초기 스타트업이 겪는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잘 하는 사람을 데려오기 힘들고, 일은 너무 많다.

개발

일이 힘들고 자시고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닌 상황이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장을 원한 것도 아니고 도전적이고 급진적인 성장을 기대하면서 왔기 때문에, 서비스가 빠르게 나오고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걸 보고 싶었다.

그러나 서비스 타겟이 워낙 정치적이고 법적으로 예민한 구석에 있는 스타트업이라 현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서 발빠른 대응은 토스처럼 재난 지원금이 발표되었을 때 바로 서비스에 도입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우리는 아예 서비스가 없는 상태니까, 어떤 서비를 할지를 결정하는 그런 대응이었다. 쉽게 말해서 여러번 뒤엎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었다. 거의 5개월간은 베타서비스를 만들고 뒤엎는 것만 했다. 프로젝트 레포지토리가 14 개 정도 만들어졌다. 정말 재미 없는 기간이었고, 퇴사 욕구가 뿜어져 나오던 기간이었다. 서비스를 빨리 해야 사용자도 생길텐데…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닌데 하면서 고통을 받았다.

진짜 최악이 뭐냐면 서비스를 뒤엎는게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는 게 아니고 A와 B 모델을 가지고 처음엔 A, 그 다음엔 B, 다시 A’ 형태로, 다시 B’ 형태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고민했던 문제를 다시 선택하고 그 다음엔 비슷한데 전 모델로 돌아가는 식이라서 지루함이 미쳐버린 시기였다. 그리고 매번 급박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날밤 새는 경우가 많았다.

좋았던 점은 딱 하나인데, 초기 모델이니 내가 원하는 스택을 사용해서 구현할 수 있었다. 그전 회사에서 경험하던 지독한 레거시 문제가 없다는 점? 물론 레거시는 쌓이게 되겠지만 그 당시에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문화

초기 회사라도 문화? 라고 볼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 이런 문화는 대표님과 핵심 팀원들이 주로 만들어 가는 편이다. 문화는 복지 혜택이 될 수도 있고, 일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우리팀 개발 문화는 정말 자유로운 편이었다. 선비같은 나와 친구의 성격이라 대표님이 항상 걱정하던 도덕적 헤이가 발생하는 일이 없었다. 사실 인원이 적으니 맡은 바 업무를 안 하면 바로 티가 난다. 코로나 사태가 겹친 시국이라 자율 출퇴근, 재택 근무 활용 등 괜찮은 문화가 있었는데, 개발팀을 제외하고 다른 팀원들은 이런 상황이 조금 답답하신 걸로 보였다. 사실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다고 하셨는데 말씀하신 대부분은 슬랙으로 해결 가능한 경우였고, 화상 통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모여서 얘기 해야 하는 상황이 없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 개발팀도 그런 상황은 적극적으로 모여서 얘기 했다. 우리는 자율 출퇴근을 정말 ‘자율’적으로 잘 사용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에게 본인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모두 이른 아침 사무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일을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궁극적으로는 최적화된 규율과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자유는 초기일수록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

스타트업 성장은 투자로 어느 정도 윤곽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투자를 잘 받는다고 내실이 튼튼한 건 아니구나라는 점을 깨닫기도 했다. 회사의 아이템은 내가 보기에도 블루오션 상태이고 충분히 시장도 보장 받는 서비스가 될 것 같다고 생각 들었다. 그런 아이템만 보고 초기 투자가 들어오는 걸 보고 있자니 회사 가치 10억 20억 이렇게 투자를 받는 건 정말 계획과 적당한 거짓말로도 가능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약 6개월 동안은 방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나오기 약 2달 동안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발판까지만 보고 온 셈이다. 다시 말해서 초기 스타트업을 들어와서 얻고 싶었던 경험을 한 번도 못 하다가 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뜻이다.

나온 이유는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정말 아쉬움이 컸다. 개발팀도 곧 커질 예정이고 사람들도 점점 들어올 것 같았는데, 내가 원하는 경험을 하기 직전에 나와야 한다는 게 조금 많이 아쉬웠다.

보상

초기 스타트업에서 느낀 중에 한 가지는 초기 맴버들에게 어떤 보상을 주는 게 맞는가? 어떻게 회사에 기여한 바를 보상받을 수 있게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정말 중요하고, 이 질문에 대해 팀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노력에 비해서 보상이 적은 것으로 느끼기 쉬운 환경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보상을 주는 게 맞을까? 보통 스타트업은 일정 비율의 인센티브, 또는 스톡, 스톡 옵션을 제공해줄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스톡에 대한 내용과 인센티브를 경험했다. 스톡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되지 않았다. (됐으면 안 나오고 했겠지) 스톡을 주는 건 주주가 된다는 소리고, 지분을 많이 갖게 되면 그 만큼 회사에 묶이는 조건이 많아지는 구조인 것 같다.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동안 회사에 묶여 있으라고 써있는 계약서는 사실 나에게는 보장 받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이제 곧 내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30대가 되어서나 보장받는 스톡은 매력이 떨어졌다. 중간에 팔고 나갈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이 있을 수 있지만 사주는 걸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다.

사실 많은 공동 창업자들이 이런 딜레마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지분을 조금 덜 받고, 보다 빠른 시일 내에 확실하게 올 수 있는 보상이라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거절한 당시 생각엔 이런 계약 조건을 보면서도 끄덕일 수 있는 회사에 대해 헌신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런 계약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싶기도 했다. 내가 이런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회사에게 좋지 않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서비스를 만들고, 창업을 하게 된다면 공동 창업자에게 확실한 보상을 약속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많이 고민 해봐야겠다.

인센티브는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일을 두고 달성 여부에 따라서 지급되는 개념이라고 봤다. 우리가 합리적인 기간 안에 기획된 바를 마치겠다고 했을 때,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더 빠른 기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주는 건데, 우리는 기간이 초과 되었지만 기존 약속일에서 줄인 만큼 퍼센트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었다. (80 퍼센트를 줄였다면 원래 인센티브의 80 퍼센트를 받는 형태)

인센티브는 사실 이런 방법으로 사용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인센티브를 바라보고 열심히 했는데, 목표 달성에 실패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욕 감퇴가 심하게 왔을 것 같다.

맺으며

재밌는 경험이었다. 일단 대표님을 보면서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얼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준비가 완료된 시점은 없을 것 같다. 스타트업은 부족과 결핍 상태로 시작하고 부족과 결핍 상태와 함께 가는 것 같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지만, 만약 지금 일을 구해야 한다면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8개월 전에 원했던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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